뇌가 마비되고 사고의 흐름이 정지한 채 멍청해진 지 3년.
다시, 그 어리던 날의 총명했던 뇌로 돌아가는 기분이다.
다시 살아가는 기분이다.
내가 나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면서,
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치열하게 살아갈 때만 느낄 수 있는 기분들.
온갖 유치하고 저급한 사람들의 방해공작과 개무시 속에서
살아남기 위해 피하기 위해 발버둥치던 생활이 엊그제같은데,
거기서 벗어나 비로소 내가 나답게 사는 이 생활이 정말 행복하다.
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.
- 어디 자아실현따위 하려고 하기만 해봐,
나도,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다보니
이렇게 무료하고 공허하게 살게 되었는데 어디서 너만 그런 길을 가?
너라고 다를 줄 알고?
억울해 죽겠으니까 이리 와서 같이 의미없게 살며 신세한탄이나 하자.
이리와, 이리와...............
끔찍한 물귀신들.
나 다시 돌아가는 날에는,
결코 그 물귀신들의 손아귀에 놀아나지 않으리라.
물귀신들은 물귀신들로 태연히 넘기면서,
그렇게 내 중심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.
그 안에 살아야 할 때는,
그 사람들에 대해 말하는 내 말들이 힘이 없었다.
나는 부정적인 사람이었고, 부적응자였다.
하지만 나와서 확연히 차이를 느끼고,
새로운 맥락 속에 존재하는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다.
탓을 할 만 하니까 탓을 한 것이다.
그 안에서 긍정을 논하며 좋게 좋게 살아가라는 말은,
삶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자각조차 할 수 없는,
그런 무딘 생의 감각을 가진 자들이
저희들 우둔한 줄 모르고 자만하여 하는 말들이다.
고민하고 성찰하는 삶이 행복하다.
마음껏 생각하고 그걸 나누며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.
이제야 나같다.
이제야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같다.
길을 찾지도 못했고, 아직 눈가려진 듯 두려운 건 변하지 않았지만,
적어도 그 방향 없이 달려가는 열차를 -
내 힘으로, 내 온 힘으로, 잠시 안전한 곳에 세워두었다는 것 만으로도
충분히 행복하고 벅차다.
납치의 공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내 이 말 뜻을 이해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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