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9/생각

예민함

artistry 2019. 11. 3. 22:49

무심한 듯, 화가 날 정도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모습.

원래 이 나이대 사람들이 다 그런건가, 생각해보기도 한다.

정말 좋으면, 안 그럴 것 같은데.

내가 평행선을 느끼듯 그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.

그리고 암만 봐도, 분위기가 내일은 진지하게 흘러갈 것 같지는 않다.

 

어쩌다 본 동영상에서 속전속결로 나아가는 너무 예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,

그리고 순수하게 좋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행복해하는 두 사람을 보며,

그래, 원래 연애가 처음엔 저런건데, 싶어서 쓸쓸해지기도 했다.

하지만 아닌 사람과 억지로 인연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. 라고도 생각했다.

 

오늘은 내려놓았다.

인연이 아니어도 그만이다.

기쁜 일 함께 기뻐할 수 없는 사람은 연인이 될 수 없다.

서로에 대해 기본적인 관심도 갖지 않으면서 어떻게 더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.

 

예전 애인에게 무심하게, 상처 아닌 상처가 되었던 순간들이 자꾸만 겹쳐온다.

내가 마음을 담아 의미를 갖고 준비한 모든 선물들과 마음들은,

그에게는 경쟁하고 습득해야 할 '정보' 쯤으로 여겨졌다.

나는 그저 함께 기뻐하고, 함께 즐거워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,

어쩌면 '짝'과는 당연할 수 있는 그 일들이 항상 평행선이기만 했었다.

그는 내게 항상 '빚'을 진다는 느낌을 줬다.

연인이라면, 함께있는 순간이 즐겁고, 존재가 힘이 되어서, 

미안하지 않아도 될 일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, 

고마운 마음에 부채감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. 

 

그럴거면 음악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행복할 수 있었던,

옛 동아리 선배들을 놓치지 말걸 그랬다고 생각한다.

하지만 그마저도, 내가 좋아했던 선후배들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.

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선배들만 내게 다가왔었지. 

기타 소리를 들으니, 그마저도 아련하다.

그 시절, 그 때의 내가 가을바람 속에서 연습하고 호흡했던,

그 아름다운 곡들과,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기억들. 

학교의 평온했던 풍광과 감성적이었던 밤공기, 

그 밤의 별빛과 어우러져 조용히 반짝였던 기타 소리를 기억한다. 

그렇게 끌어안은 기타가 심장 가까이에서 함께 진동하는 울림이,

외롭고 허전했던 마음을 채우고 위로했었다.

그 순간만큼은 온전하고 완전했기에,

나는 다시 현실을 살아갈 수 있었다. 

 

 

한동안을 무심하고, 한동안을 의미없더니,

오늘은 위로를 건넨다. 

그 위로가 반갑기도 하고, 현실과 겹쳐 아뜩하기도 하다.

그런 위로를 안심하고, 누군가에게, 아주 따뜻하게 들으며 실컷 울고 싶다.

 

그럴 수 없는 대상에게 듣는 위로가, 

반갑고도 아팠다. 

그가 그랬던 것처럼, 그 위로를 읽고 놓아두었다. 

내어놓은 마음을 그냥 지나가는 인사 정도로 여기고, 

그냥 못 본 척했다. 

그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,

나도 지나쳐진 여러 마음들이 떠올라

더 보고 말을 건네는 것도 힘들었다. 

 

아직 내가 나를 충분히 위로해주지 못했나보다. 

 

나는 여전히 울고싶다.

실컷 울고 가고 싶었는데, 

생각보다 많이 행복했고, 

생각보다 많이 울지 못한 것 같다.